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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어의 성립'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05.29 [인용 카드]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번역어의 성립> 야나부 아키라 지음 /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11월


'권'은 right가 아니라 오히려 힘을 의미했다. 하지만 반면에 사람들은 이를 통해 right의 의미도 자츰 이해하게 되었다는 사실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사람들은 새롭게 출현한 '권'을 우선 받아들였으나, 동시에 거기에는 미지의 right와 유사한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을 차츰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일본인들이 외래문화를 수용할 때는 항상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근대'라는 번역어는 '근세'라는 시대 구분 용어가 어느 정도 정착한 후에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 1950년대에 들어서서 '근대'가 시대 구분의 정식 용어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근세'는 항상 정식의 시대 구분 용어로 쓰이는 데 비해서, '근대'는 '서구 근대', '근대 문화', '근대 과학' 등과 같이 숙어 형태로 쓰이고 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사회'는 society의 번역어다. 메이지 10년대(1977~1986)에 활발히 쓰이기 시작했으니까 역사가 1세기 가량 된 셈이다. ... 해당하는 말이 없었다는 것은 곧 society에 대응할 만한 현실이 일본에 없었음을 의미한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사회'는 society의 번역을 위한 신조어나 다름없다. 오래된 한자어이지만, 일본에서의 용례는 극히 드물었다. 따라서 번역어 '사회'는 '사'와 '회'를 새롭게 조합해 만든 단어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사회'에는 본래의 '사'의 어감도, '회'의 어감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번역어 '사회'에는 확실히 society와 의미가 어긋나는 부분이 거의 없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사회'라는 번역어가 일단 정착하자, 그와는 대조적으로 '세상'은 번역문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된다. 이런 사실을 통해 우리는 오히려 '사회'라는 번역어가 앞에서 서술한 것과 같은 중요한 특징을 갖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즉 긍정적인 가치를 지니며, 또한 의미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특징 말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연애'는 가치가 높고, 예전부터 일본에 있었던 '연'은 그에 비해 가치가 낮다는 식의 사고는 냉정하게 생각하면 잘못된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이것은 번역어를 매개로 선진국의 사물을 받아들일 때 일본인들이 항상 빠져들기 쉬운 사고법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자연'이 nature의 번역어가 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nature의 뜻을 그대로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번역어가 됨으로써 우선 nature와 비슷한 어법으로 쓰이게 되었다. 논리학 용어로 말하면 냐포적인 의미는 그대로 갖고 있으면서, 외연적으로는 마치 nature인 것처럼 취급되었다. 즉 대상 세계를 표현하는 말처럼 취급된 것이다. 이것은 의미상으로는 모순이다. 이런 모순으로 인해, '자연'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은 모순을 덮어버릴 만한 의미를 찾게 된다. 이렇게 해서 애써 의식적으로 '자연'이고자 하여 '자타'가 '융합'한다. 그럼으로써 '자연'의 의미가 회복되고, 동시에 새로운 의미를 낳게 된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자연'이라는 단어 역시 근대 이후에 서구어 nature의 번역어로 쓰였다, 하지만 이것은 번역을 위한 신조어는 아니다. ... 역사가 오래된 말이다. ... 근대 이후 오늘날까지 '자연'이라는 단어에는 새로 탄생한 nature에 대한 번역어로서의 뜻과 오랜 전통을 가진 뜻이 공존해온 셈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자연'이란 오늘날 '자연과학'이라고 할 때의 '자연'이다. 요컨대 nature의 번역어로서의 '자연'인 것이다. nature는 당연히 객관적 존재로, 인간의 '정신'과는 대립한다. ... '있는 그대로'의 경지에는 외부의 객관세계와 내면의 정신 사이에 구분이 없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자연도태'에서 '자연'은 과연 무슨 뜻이었을까? 결론을 먼저 말하면, 이 '자연'에는 nature란 뜻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일본어 고유의 '자연', 즉 '저절로 이루어지는 도태'라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 '자연도태'란 '자연에 의한 도태'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도태'를 의미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존'은 '인간 주체의 행동으로서 시간적 추이와 더불어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자가 인간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존재'는 예로부터 한문 서적에서 쓰였으나 용례는 극히 적다. 영어-중국어 사전에는 '존재'라는 번역어가 없다. 따라서 '사회'와 마찬가지로 번역어 '존재'는 일본에서 만든 단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평이한 일본어'로 번역해서 완성되는 번역문이 제대로 된 일본어 문장이 된다. 번역자의 사고도 그런 일본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번역 대상인 원서가 새롭고 이질적인 사상을 담고 있는 경우에는 종래의 일본어 문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술할 수 밖에 없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he는 과연 그'彼'일까? 서구어의 3인칭 대명사에 대한 번역어로 일본에서 '彼'라는 말을 쓴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individual은 에도막부 말기에서 메이지 초기 사이에 '혼자'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았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love와 '일본의 통속적인 문자' '연'과는 다르다. 따라서 love에 적합한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연애'라는 단어였던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modern의 번역어로 '근대'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90년경의 일이다. 히루 반세기 이상의 세월 동안 번역어 '근대'는 물론 시대 구분의 개념을 갖고 있기는 했으나 그 의미가 매우 모호했으며 용례도 드물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nature에 대한 번역어 '자연'은 '정신'을 포함하지 않지만 순수 일본어 '자연'은 '정신'을 포함할 수 있으므로 결국 그의 주장에는 모순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 일본어에서 본래 '자연'은 '자연히'와 같은 부사로 쓰이거나 '자연스런'과 같은 형용사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nature는 명사라는 차이가 있다. ... nature에 대한 번역의 영향을 받아 '자연'이 명사로 쓰이게 된 것은 메이지 20년, 즉 1886년 이후의 일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나 그 모임의 이름에 '사社'라는 말을 쓴 경우는 일본에서 메이지시대가 시작된 1868년 이전에 이미 있었다. 그러다가 메이지 초기에는 이 '사'라는 말이 하나의 유행어가 되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그 무렵 만들어진 번역어에는 이런 식으로 한자 두 글자로 이루어진 신조어가 많다. ... 외국에서 드렁온 새로운 의미의 단어에 대해 일본인에게 친숙한 단어를 대응시키지 않음으로써 의미의 어 의미의 어긋남을 피하고자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으로 해서 필연적으로 뜻이 명확하지 않은 단어를 만들어내게 되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근대 이후에 '彼'라는 말의 의미가 변화하고 발달한 첫 번째 이유는 '彼'가 번역어로 쓰였다는 데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번역문의 영향으로 일본어 문장이 변화함으로써, 그런 새로운 문장 속에서 '彼'가 쓰였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단순히 '역사의 시대 구분 중 하나'라면 좋다 나쁘다 식의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증오하기도 동경하기도 하는 '근대', 가치를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근대', 이것은 번역어 '근대'의 이면적인 의미가 표면화한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마침내 society가 '사회'로 번역될 무렵에 individual은 '일개인'으로 번역되는 경향이 급속도로 확산되더니, 그 후에 '일'이 떨어져나가 '개인'이 되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말이 현실에서 쓰이는 과정은 사용자의 의식을 넘어서서 이루어진다. 즉 번역어를 포함한 더 단어의 구조가 우리에게 자극을 주고고 우리의 의식을 조종하여, 번역어가 원어의 뜻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받아들이게끔 하는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말이라는 것은 일단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유통되면 독립적인 개체가 되어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처음에 쓴 사람, 단어를 만든 사람의 뜻대로는 되지 않는 법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명사 individual에는 물건을 가리키는 뜻과 사람을 가리키는 뜻이 있는데, 사람을 가리키는 경우에는 '혼자'로 번역된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번역어 '연애'로 우리는 1세기쯤 전에 '연애'라는 것에 대해 알게 되었다. 즉 그때까지 일본에는 '연애'라는 것이 없었다. ... 일본에서는 과거에 '연燃'이나 '애愛', 혹은 '정情'이나 '색色' 같은 말로 표현했다. '연애'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번역어는 원래 하나의 언어 체계, 문화의 의미 체계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단어를 그 체계에서 분리해 끄집어낸 것을 토대로 한다. 따라서 분리된 상태의 번역어만을 보고 본래의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반드시 완벽한 이해가 이루어져야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 다음 차츰 그 뜻을 잏해가는 수용 방식도 있다. 일본에서의 번역어는 단적으로 말하면 그런 기능을 하는 말이다. 유사 이래 일본인들이 한자를 사용하여 이질적인 문화를 받아 들인 것도 그런 방식이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번역에 적합한 한자 중심의 표현은 한편으로는 학문이나 사상분야에서 번역에 적합하지 않은 순수 일본어로 된 일상어 표현을 내팽개치고 내동댕이쳐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의 철학은 일본인들의 일상 속에 살아 있는 의미와 괴리되어 있다. ... 서구 철학의 기본 태도와도 상반된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사람들은 뜻이 명확하지 않은 말을 쓰기를 주저할 것 같으나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서구어-일본어 사전에서도 메이지 전반, 즉 1870년대 정도까지는 '미'보다 '미려'가 많이 쓰였으나, 얼마 후에는 역전되어 '미'의 용례가 더 많아졌다. ... 근대 이전의 일본에서는 '미'라는 말이 오늘날과 같은 쓰이지 않았기... 물론 '미'와 어느 정도 유사한 단어와 사고가 일본의 전통에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서구어의 번역어 '자유'는 좋은 의미, 일본어에서 본래 쓰이던 '자유'는 나쁜 의미였다. ... '자유'라는 말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썼는데, 번역어 '자유'의 역사도 짧지는 않다. ... 에도막부 말기까지는 약간의 차이는 있었으나 적어도 사전에서 freedom이나 liberty와 뜻이 같은 서구어를 일본어로 바꾸려 할 때는 우선적으로 '자유'가 채택되었음을 알 수가 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어떤 말을 증오하거나 동경하거나 할 때, 사람들은 그 말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말이 사람을 지배하고 사람이 말에 이용당한다. 가치를 부여하여 바라봄으로써 그만큼 말에 휘둘리는 것이다. ... 어떤 말을 증오하거나 동경하는 이유는 그 말의 통상적인 의미나 사전적인 의미와는 무관하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언어 체계에 '공백'이란 있을 수 없다. ... 번역어 '彼'는 공백을 매우기 위해 일본어 문장 속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말로서 침입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우선 he는 3인칭대명사이지만, '彼'는 본래 지시대명사다. 일본어에는 본래 3인칭대명사가 없었으며, 오늘날에도 사실은 없다고 하는 편이 옳다고 본다. ... '彼'는 본래 발언자와 듣는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가리키는 지시어다. 이것은 곧 역으로 말하면 '彼'는 발언자의 위치와 직결되어 있는 셈이다. 그에 비해서 영어 등의 3인칭대명사는 발언자의 위치와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이미 언급된 내용을 가리킬 때 쓴다. ... '彼'란 본래 사람만이 아니라 사물을 가리킬 때도 쓰는 말이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의미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것은 곧 단어가 지식으로서 들어와 구체적인 용례가 부족한 탓에 그 뜻이 명확하지 않아 이해하기 힘듦을 뜻한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의미 형성의 초기 과정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함께 쓰고, 쓴 것을 같이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가 만들어져가는 방식이다. ... 따른 하나는 오로지 쓰기만 해서 보여주는 사람과 쓰지는 않고 쓴 것을 보기만 하는 사람 사이에서 의미가 성립되는 방식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의미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유행하고 남용되며, 유행하고 남용되기 때문에 다의적이 되는 것이다. ... 말하자면 '근대'라는 말은 처음에는 의미가 불충분한 상태로 존재했다가 점차 적당한 의미를 획득한 셈인데, 이것은 일본에서 번역어의 의미가 형성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일단 단어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은 그 단어의 뜻이 명확하지 않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법이다. 모든 말에는 당연히 명확한 뜻이 담겨 있을 거리고 생각하는 것이다. 쓰는 당사자는 잘 모르더라도 단어 자체에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고 믿게 마련이다. 어쩌면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남용되는 경향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단어는 문맥상 다른 단어와의 구체적인 연관성이 부족하더라도 막연히 관련되어 있을 거라는 믿음에 의해 사용된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일본어에서 음독音讀을 하는 한자어는 본래 이국 태생의 말이었다. 일본어에서는 이 이국 태생의 말은 이질적인 성격은 그대로 남긴 채로 고유의 말과 혼재시켜왔다. 군대 이후의 번역어에 두 자로 된 한자어가 많은 것도 이런 전통의 원칙을 자연스럽게 따른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일본에는 society에 해당하는 고유어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사회'라는 번역어가 생겨나자, 사람들은 그 단어에 담긴 뜻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기라도 한 것처럼 society와 기계적인 치환이 가능한 단어로서 '사회'를 쓸 수 있게 되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일본의 번역어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번역어는 선진 문명을 배경으로 한 품위있는 외래어이며, 뜻이 비슷한 일상어에 비해 어감이 좀 더 고상하고 고급스러운 것처럼 막연히 느껴졌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일본의 학문과 사상에서 쓰이는 기본 용어가 일상어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자 수용 이후로 존재해 온 뿌리깊은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한편으로 보면 번역어가 일상어와 분리되어 있었던 덕에 근대 이후에 서구 문명의 학문이나 사상 등을 신속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셈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일본인이 일상의 평범한 언어감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을 토대로 출발한다. 그런 다음 단어 사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의미의 모순을 이끌어내고, 그 모순에 의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갔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주어는 문맥상 파익이 가능하면 특별히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표시하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일본어에 적합한 사고다. 일본어에는 주어를 드러내기 어려운 경우가 한 가지 더 있다. 일본어 특유의 수동적인 표현이 나올 때다. ... '생각된다'라는 표현은 필연적으로 주어를 피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일본인들은 '하다'가 아니라 '되다'라는 동사를 즐겨 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지난 천몇백 년 동안 일본이 중국 등의 선진 문화를 한자라는 문어文語를 통해 받아들인 역사적 배경이 있다. 일본은 일관되게 번역을 통해 선진 문화를 받아들인 나라다. 번역되어야 할 선진 문명의 단어에는 반드시 '평이한 일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의미가 있게 마련이다. ... 완벽하게 흠잡을 데 없는 '번역어'는 사실상 '평이한 일본어'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 표현하기 어려운 의미를 한자어에 떠넘긴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하나의 번역어를 둘러싼 전통적인 모국어의 뜻과 번역어에 대한 원어의 뜻이 혼재하는 현상을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는 어렵다. 한 단어에 대해 단 하나의 뜻이 처음에 있어, 그것을 서구에서는 nature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자연'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 '자연'이 nature의 번역어로 쓰여서 nature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된 것이 아니다. ... 소수의 사람들이 그 의미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말의 의미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의식도 초월하는 하나의 사실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후쿠자와 유키치는 individual을 '사람'이라는 단어를 써서 번역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옮긴이의 말) 문제는 단순히 단어의 번역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번역하고자 하는 개념이나 현상 자체가 일본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옮긴이의 말) 일본에서 '카세트 효과'를 위해 번역어로 체택된 한자어는 우리에게는 번역어가 아닌 그저 한자로 된 일본어였을 따름이다. 당시에 그런 어휘들은 같은 한자문화권인 우리에게는 번역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어떤 진지한 고민이나 내면화 과정을 거치치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일본에서 만들어진 번역어들은 또다시 '한국적'으로 왜곡과 변질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해설) 번역은 처음부터 또 다른 번역어와 경쟁하지 않을 수 없으며, 살아남는 번역어는 카세트 효과 속에서 살아남은 것이지, 반드시 가장 적절한 번역이 생존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해설) 사전의 편찬은 출발어와 다른 한쪽에 설명되는 도착어 사이의 등가성을 전제로 하지만, 도착어는 언제나 하나가 아니라 복수이며, 그 속에는 번역하는 주체의 의도가 스며 있다.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해설) 유럽의 문화적 토양 위에서 성립한 'liberty'와 동아시아의 언어로 번역된 '자유'가 과연 등가적인가? 주로 메이지시대에 일본인에 의해 만들어진 번역어는 한국과 중국에 기표의 변화 없이 그대로 전파되었지만, 동아시아 각 지역에서 사용되는 '자유'가 서로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가?
- 번역어의 성립 / 야나부 아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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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래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