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들어가는 글

미래지기 2009. 2. 9. 13:20
  프랑스 혁명은 '독서의 혁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근대 이전의 책읽기는 사람들 앞에서 소리내어 낭독하는 것이지 원래 혼자만의 '읽는' 행위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인쇄술의 발달로 인하여, 조용히 혼자서 책을 읽는 행위가 대중 사이에 퍼지면서 독서를 통해 자아를 찾으며 '내가 세계의 주인'이라는 의식이 발전하게 되었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혁명의 토대가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이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든지 최소한 책을 읽는다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라는 주장은 누구라도 동의하지 않을까요? 맥루한의 지적처럼, 책이란 것은 '(개인의) 참여도가 높은' 매체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 미디어이니까요.


  이러한 은밀하고도 유서깊은 행위는, 바야흐로 21세기에 와서 블로그라는 매체를 만나 '글쓰기'이라는 또 하나의 혁명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일이 새로운 것도 아닌데 '혁명'이라고 말을 한 것은, 마치 금속활자가 읽는다는위를 권위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으로 만들어 준 것처럼, 블로그라는 인터넷 매체도 복잡한 출판/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가 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게끔 '발행'해주기 때문입니다. 발행을 한다는 것은 '구독'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이제 구독(읽는 행위)과 발행(쓰는 행위)에 있어서 모두 즉시성을 얻었습니다. 그리하여, 누구나 읽고 쓰는 행위를 쉽게 '놀이'로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는, 그동안 읽어 온 책을 한권 한권 다시 한번 펼쳐보면서 인상 깊은 구절을 발췌하여 주관적인 감상이나 생각을 곁들여 발행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 될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글쓰기'를 연습하는 서평의 공간이기도 하며, '즉시성'이 장점인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깊이'를 갖는 글을 쓰는 일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일종의 실험이기도 합니다.


  Flexible Display가 발전하여 종이책을 보는 것과 같은
전자책이 대중화되면 블로그가 책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보면서...
  2009년 2월 초 어느 늦은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