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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소리 / 정민 / 마음산책 / 2002

 

옛날의 독서는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내어 읽는 것이었다. ... 그렇게 읽다 보면 그 가락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뇌리에 스며들어, 뜻을 모르고도 글을 외울 수 있었다. 의미는 소리에 뒤따라왔다. ... 외우고 또 외우고, 읽고 또 읽었다. ... 소리를 내어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의미가 들어왔다. ... 이렇게 얻은 의미는 평생을 따라 다녔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중세 유럽에서도 책은 반드시 소리를 내어 읽었다고 한다. ... 이렇듯 글을 배우는 사람에게는 소리를 통해 기운을 얻는다는 '인성구기因聲求氣'의 방법이 적극 권장되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옛 선비들에게 있어 독서란 나 자신을 옳게 아는 안목을 기르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서책에서 얻는 정보는 물질의 이익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 삶의 내적 충실을 높이는 데 쓰였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인간은 삶의 양태를 너무도 극적으로 변형시켜 버렸다. 우리는 '축적의 미학'이 사라진 디지털의 시대를 살고 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경험은 이제 변화의 속도를 감당해내지 못하고 그리하여 다음 세대로 전이되지 않는다. ... 이러한 때일수록 삶의 총체성을 읽어내는 통찰력이 더욱 더 중요하다. 인터넷 속에는 이런 통찰력이 없다. 끊임없는 사색과 관찰만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독서의 목적은 지혜를 얻는 데 있었지 지식의 획득에 있지 않았다. 세상을 읽는 안목과 통찰력이 모두 독서에서 나왔다. ... 그 몇 권 되지 않는 책을 읽고 또 읽었다. 읽다 못해 아예 통째로 다 외웠다. 그리고 그 몇 권의 독서가 그들의 삶을 결정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문제는 정보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 정보를 선택하고 판단하고 제어하는 능력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재주만 믿고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구제 불능이다. ... 꾸준한 노력만이 나풀대는 재주의 경박함을 다스린다. 하지만 외골수로 들이파기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성悟性이 열려야 한다. ... 오성은 재주만으로는 안 되고 노력이 없으면 더더욱 안 된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깨달음에는 방향이 없다. 실체도 없다. ... 절망이 없이는 깨달음도 없다. 갈망이 없이는 깨달음도 없다. 피나는 노력 없이는 깨달음도 없다. 깨닫고 나면 그 순간 세계가 변한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예전에 독서는 한번 읽고 내던지는 것이 아니라, 읽고 또 읽고 또 읽어 완전히 꿸 때까지 있는 반복적인 독서였다. 그것이 경전일 경우에는 특히 더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타고난 재능보다 성실한 노력이 값지다. 머리만으로 얻는 것은 한때의 칭찬뿐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본 것을 그냥 적기만 한 것이 아니다. 관찰에 그치지 않고, 그 결과를 사색하여 삶의 문제로 발전시켰다. 그리고 이것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겼다. 생각이 힘은 그냥 길러지지 않는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고전소설은 대부분 붓으로 옮겨 쓰는 필사의 형태로 전해진다. 어떤 부분은 쓰다 말고 뚝 잘라먹기도 한다. 쓰다가 신이 나면 자기 말을 슬쩍 보태기도 했다. ... 일부 보태지고 변개된 것을 이본異本이라 부른다. 하도 이본이 많다 보니 고전소설 연구는 이본 연구에서 시작되고 이본 연구에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 말미에는 으레 필사자의 감회를 몇 줄 적어둔 필사기가 붙어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자식은 부모가 하는 대로 보고 배운다. 자식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가 있다. 어찌 부모의 자리를 삼가고 삼기지 않으랴.
- 책 읽는 소리 / 정민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한가로움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느리게 살고 천천히 음미하며 여유롭게 즐기는 것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축복이 아니다. 노력 없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본다는 말만 해도, 한자에는 간看, 견見, 관觀, 시視, 도睹, 찰察 등 여러 표현이 있다. ... 보는 데도 등급이 있고 수준이 있다. ... 눈은 누구나 같지만, 보는 것은 다 다르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둘어가는 깊이는 제각각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색중지광色中之光, 즉 색깔 속에 담긴 '빛깔'을 보라는 주문이다. 형중지태形中之態, 겉모습만 보지 말고 외형 속에 깃들인 '태깔'을 읽으라는 요구다. ... 세상의 문제는 늘 색이나 형만 보고 판단하는 데서 생긴다. ... 비슷한 것은 가짜다. 흉내내지 마라. 사물과 가슴으로 만나라. 색과 형에 현옥되지 마라. 핵심을 찔러라.
- 책 읽는 소리 / 정민

 

깨달음이 없이는 눈앞의 모든 것이 헛것일 뿐이다. 세상의 부귀영화란 금세 스러지고 말 물거품이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하고, 썩어 없어질 것들에 목숨을 걸고 산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외안 外眼, 곧 육체의 눈 그리고 내안 內眼, 곧 마음의 눈이 그것이다. 육체의 눈으로는 사물을 보고, 마음의 눈으로는 이치를 본다. 사물 치고 이치 없는 것은 없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눈은 사물을 바로 보라고 달려 있다. 그런데 우리의 눈은 종종 착각을 일으킨다. ...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짱한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다. 좋은 물건을 보면 분수를 가리지 않고 욕심을 부린다. ... 두 눈의 잘못은 마음의 눈으로만 바로 잡을 수 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만족할 줄 알면 삶이 문득 즐거운데, 사람들은 만족을 몰라 자신의 인생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돌려 말한 은근한 한마디가 시시콜콜히 설명하고 부연하는 장황한 요설보다 백 배 낫다. 직접 대놓고 얘기하면 불쾌할 말도 설정 모를 눌러 넌지시 짚어주면 정문일침頂門一鍼격으로 정신이 번쩍 든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일단 소음에 길들면 가끔씩 찾아드는 정밀靜謐의 시간이 오히려 감내하기 어렵게 되는 모양이다. 고독 속에서 우리는 도리어 불안하다.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침묵이 가져다주는 미덕을 잊은 지 오래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동양의 역사 기술 방식은 자못 독특한 데가 있다. ... 수십 년 치세 동안 그 임금의 치적과 공과를 논하자니, 자세히 쓰기로 말하면 책 한 권도 부족하고, 간략히 하기로 하면 두 줄도 번다할 때가 있다. 그래서 주로 그 임금이나 인물의 전형적인 면면을 보여주는 일화를 간략히 기술하고 마는 수가 있다. 정작 자신이 하고픈 이야기는 그 행간에 다 담겨 있다. 바로 이점이 <사기>나 <자치통감> 같은 옛 역사책을 오늘까지 살아있는 독서의 대상이 되게 하는 이유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법이 공정한 저울질을 잃고 보면 그것은 그물이요 함정일 뿐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어느 시대나 현재는 늘 난세다. 지나고 나니까 그때가 좋았다 싶은 적은 있어도, 눈앞에 현실은 언제나 답답하고 한숨만 나온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옛날의 한복은 허리띠가 있고 모두 넓은 소매에 긴 치마였다. 그러다가 고려 말에 임금들이 원나라 공주에게 장가 들면서 몽골의 오랑캐 제도를 따르게 되었다. 이후 3, 4백 년간 그대로 고치치 않은 결과, 저고리는 겨우 어깨를 덮고, 소매는 마치 감아 놓은 것처럼 좁아서 요망하고 창피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예를 잃게 되면 초야草野에서 찾는다"는 말은 공자의 말씀이다. 천하가 무도해져서 예를 찾을 수 없게 되면, 천상 저 순박한 시골에 가서 잃어버린 예법을 찾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한복의 잃어버리는 법도는 근엄한 양반가 아낙네들에게 있지 않고, 그들이 손가락질해 마지않는 기생들의 복장 속에 있다. ... 잃어버린 예법은 이제 시골에서도 찾을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씨가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 사나이들의 멋진 의리와 우정은 이제 영화 속 뒷골목 깡패들에게서만 찾을 수 있다. 돌이켜보면 세상은 언제나 말세였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가장 고단수의 아첨은 겉으로 무관심한 듯하면서 역으로 상대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송이버섯은 생장에 좋은 조건이 계속되면 결코 포자를 만들지 않고 뿌리로만 살아가다가 노화해서 죽어 버린다. 그런데 급격한 온도의 변화 등 갑작스레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제서야 포자를 만들어 계속 발전해나가려고 한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학문이 나의 삶의 기쁨이 될 수 없다면, 그것은 고통의 도가니일 뿐이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킨 사람도 없는데 왜 괴로운 일을 사서 할 것인가.
- 책 읽는 소리 / 정민

 

서양 속담에, "사람이 빵만을 추구하면 빵도 얻지 못하고, 빵 이상의 것을 추구하면 빵은 저절로 얻어진다"고 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맹자는 하늘이 큰 인물을 낼 때에는 먼저 그 심지心志를 괴롭게 하고, 그 근골을 피곤하게 하고, 그 몸을 굼주리게 한다고 했다. ... 자신이 마주한 역경 속에서 그저 주저 물러앉고 마는 삶은, 꽃대 한 번 올려보지 못하고 말라죽는 난초와 다를바 없다. 5백 년을 산다 해도 포자 한 번 만들지 못하고 죽은 송이 버섯의 뿌리는 그 긴 세월을 연륜에도 불구하고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고통 없이 얻어지는 것이 있을까. 밤을 지새우는 순수한 몰두의 열정 속에서만이 지혜의 삶은 빛난다. ... 창조하는 삶 속에서 빵과 잿밥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저절로 얻어진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세상은 돌고 돈다. 아득한 과거에 있었던 일들은 지금도 그대로 되풀이된다. 그 양태와 표현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역사가 필요한 까닭은 과거를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 나아가 미래를 위해서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현실은 늘 불만스럽다. 긍정할 수가 없다. 낙원을 향한 꿈은 바로 이 불만과 부정의 언저리에서 생겨난다. 낙원을 꿈꾸는 사람들은 게으른 몽상가이거나 부지런한 개혁가이다. 몽상가는 이룰 수 없는 줄 알아 나른한 꿈으로 만족하지만, 개혁가는 꿈을 현실로 바꿔보려고 변혁을 꿈꾼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노자가 꿈꾸었던 '소국과민小國寡民'의 공동체는 이후 중국의 역사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낸다. 무릉도원은 그 전형이다. 이곳은 전란을 피해 들어간 소집단에 의해 건설된 외부와 격절된 소규모 공동체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유토피아'라는 말은 16세기 영국의 휴머니스트 토마스 모어가 만든 말이다. 'u-'라는 접두사는 '없다(ou)'와 좋다(eu)'의 뜻이 다 들어 있다. 'topia'는 장소라는 뜻이다. 그러나 'utopia'라는 말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no-place)'의 뜻도 되고, '좋은 곳(good-place)'우ㅏ 뜻도 된다. 이 둘을 합치면, 좋기는 좋지만 어디에도 없는 나라가 유토피아, 즉 낙원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어지러운 세상에서 삶에 지친 사람들은 어디에도 있지 않는 낙원을 꿈꾼다. 원래 낙원은 지상 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에덴 동산은 본래 땅 위에 있었지만, 거기서 내쫓긴 인간은 다시는 그곳에 되돌아갈 수가 없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거북선은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었다. 거북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거북선의 유무가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지형지물을 활용하고 적의 심리를 역이용해서 펼친 이순신의 지략이다. 그런데도 어찌된 셈인지 사람들은 충무공 이야기보다 거북선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 ... 거북선이 제 아무리 많아도 그것을 운용할 능력이 없다면 없는 것이나 같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쏟아져 나오는 논술 만점 요령으로 적은 책들이 아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하여 생각하는 힘, 응용하고 적용하는 사고의 능력이 필요하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이건창이 <답우인론작문서>에서 한 말이다. 뜻을 먼저 세우고, 글의 얼개를 짠 뒤에는 거침없이 써내려간다. 이때는 수사적 안배를 할 겨를이 없이 단숨에 쓰게 되는데, 표현에 신경쓰다 보면 바른 뜻을 잃게 될까 염려하기 때문이니, 글을 다듬는 것은 뜻이 분명하게 선 다음의 일이라고 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옛 문장이론은 기술적 측면인 정법定法보다 원리를 운용하는 활법活法을 더 중시했다. 쓰려는 내용에 대한 주제 의식이 분명하고, 그것을 요리할 수 있는 안목이 서 있으면 글쓰기의 테크닉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글쓰는 사람에게 가장 우선하는 것은 뜻을 구상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법은 무시해도 좋은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니다. ... 글쓰기에도 법칙이 있다. 법칙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의意와 기氣이다. 그러나 의와 기를 갖추었다 해도 법으로 꾸며주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 글이 된다고 했다. 이때 법이란 글을 글답게 해주는 수사적 안배에 해당한다. 그런제 법은 변치 않는 고정된 규칙이 아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글을 잘 짓는 자는 병법을 안다고 할 수 있다. 글자는 비유컨대 병사이고, 뜻은 장수이다. 제목은 무찔러야 할 적국이고, 고사를 인용하는 것은 싸움터의 진지이다. 글자가 묶여 구절이 되고, 구절이 모여 단락을 이루는 것은 부대의 대오행진과 같다. 글에 리듬을 얹고 표현은 매끄럽게 하는 것은 나팔이나, 북, 깃발과 같다. 글이 호응을 이루는 것은 봉화에 해당하고, 비유는 유격의 기병에 견줄 수 있다." 연암 박지원이 글쓰기를 병법에 비유하여 말한 <소단적치인>이라는 글의 첫 부분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글쓰는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쓰고자 하는 글감을 공략하는 안목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수학 문제를 잘 풀려면 비슷한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수밖에 없다. 문제를 많이 풀다 보면 원리는 저절로 알게 된다. 글을 잘 쓰려면 다양한 주제에 대해 많이 읽고 써보는 것 외에 다른 비법이 없다. 많이 읽고 생각하다 보면 원리는 저절로 체득된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노인의 건강을 얻고 싶으면 노인이 하라는 데로 해서는 안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살아 있는 글을 쓰려면 옛 문장가의 말투를 본뜨거나, 그 글을 흉내내서는 안된다. ... 같아지려고 하되 다름을 추구하라는 말이다. 같은 것은 정신이고 원리이다. 그러나 거기에 담기는 것은 지금 여기를 살고 있는 나의 목소리, 나의 개성이어야 한다. 이처럼 옛 사람의 글쓰기 이론은 ... 단 몇 마디 말로 핵심을 찔러 깨달음으로 이끈다. 활법을 중시하는 글쓰기는 글쓰는 주체의 창조적 정신을 일깨우는 글쓰기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 한마디는 무서운 권위를 갖는다. 당신은 그 '옛날'도 변화해가던 하나의 '지금'에 지나지 않았음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예전에는 시와 문장으로 과거시험을 보았다. 지식인이 시를 지을 줄 모른다는 것이 용납될 수 없던 나라에서 우리는 살았다. ... 한국시론이 없어서가 아니라 학문적으로 발굴하여 정리하고 오늘의 언어로 설명하는 작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두괄식과 미괄식을 따지고, 귀납법과 연역법을 가르며, 주제와 개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서구식 문장이론으로는 도저히 포괄할 수 없는 생생한 논리가 옛 문장이론 속에는 살아 있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서구의 이론을 가져와 우리의 시를 재단하는 것이 가능하고 유효하다면, 그 반대도 그러해야 마땅하다. 그러자면 우리 것도 더 정제되고 논리적인 형태로 정리되어야 한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옛 문예이론을 들여다보려 해도 볼 만한 것이 없다. 자기가 알아서 자수성가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콘텐츠는 없이 아이디어만 난무한다. 의욕만 있지 그것을 뒷받침해줄 토대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 이러한 형편에 동서양 담론의 통합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 동서양 통합을 운위하려면 동양과 서양의 담론이 각각 제 목소리를 지녀야 한다. 동양은 고사하고 우리의 담론조차 정리되어 있지 않다. 통합할 주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엇과 무엇을 통합한단 말인가?
- 책 읽는 소리 / 정민

 

고전시학의 중요 개념들을 가지고 현대시에 적용하여 분석하고, 그것이 지금도 유용한 시학 개념임을 입증하는 일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고전의 문장 이론을 정리하여 전혀 다른 접근 방법으로 글쓰기 교육의 한국적 이론 모델을 마련하는 일은 얼마나 필요한 일인가?
- 책 읽는 소리 / 정민

 

우리의 당면한 혼란은 여기에 살면서 저기의 방법을 익히고, 지금을 살면서 그때의 생각을 잊는 데서 비롯된다. 동서양 담론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말은 자와 척으로 대표되는 전통적 가치 체계와, 인치나 마일로 표현되는 서구적 가치 체계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지금'이 제 위치를 잡으려면 '그때'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 '여기'가 어딘지 알려 한다면 '저기'에서 좌표축을 이동해와야 한다. 그러자면 눈금을 조정해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문학의 형식은 변하지 않지만 거기 실리는 표현이나 정신은 고정되지 않는다. <주역>에서는 "궁하면 변한다. 변해야만 통한다. 통하면 오래간다"고 했다. 통하는 것이라야 오래간다.
- 책 읽는 소리 /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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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래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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